[혈자리로 보는 세상만사] 다래끼 속눈썹에 담긴 선조의 지혜
목사혈이란 눈(目)과 넷(四)을 뜻하는 한자로, 눈 주위의 네 개의 혈자리인 승읍, 찬죽, 사죽공, 양백을 가리킵니다. 양쪽 눈을 포함하면 총 8개의 혈자리를 의미합니다. 전통 한의학에서 눈 건강과 관련하여 중요한 역할을 하는 혈자리입니다. 한국 전통의 의료적 지혜는 그 깊이와 실용성이 대단합니다. 예를 들어, 어린아이가 눈 다래끼가 나면 전통적으로 한 가지 흥미로운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다래끼가 난 속눈썹을 뽑아 집 근처 큰 길가의 주먹만 한 돌멩이 위에 올려놓고, 그 위에 작은 돌멩이를 하나 더 올려두었습니다. 그러면 지나가는 사람이 그 돌멩이를 모르고 발로 차면서 다래끼를 가져간다고 믿었습니다. 사실, 눈 다래끼는 ‘맥립종’이라는 안과 질환으로, 눈꺼풀의 분비샘에 생긴 염증입니다. 의료 접근이 어려웠던 시절, 염증이 생긴 부위의 속눈썹을 뽑으면 고름이 빠져나와 자연적으로 치료되는 효과가 있었으나, 어린아이들은 이를 무서워하여 피하려 했습니다. 이에 조상들은 아이들이 스스로 속눈썹을 뽑도록 유도하기 위해 이러한 민속적 의료지혜를 신화로 만들어 가르쳤던 것입니다. 어린 시절, 동네잔치가 열리면 남자아이들이 잔칫상의 모서리에 앉으려 할 때 어르신들이 “사내놈이 고추 떨어지려고 모서리에 앉느냐?”라고 꾸짖곤 하셨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는 단순한 꾸중이 아니라, 붐비는 잔칫날 자칫 부주의로 인해 아이들의 고환이 다칠 수 있음을 염려한 예방적 조치였습니다. 조상들의 이러한 생활 속 의료 지혜는 현대 의학적으로도 타당성이 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많은 환자분들이 “선생님, 눈 밑이 떨리는데 마그네슘이 부족한 건 아닐까요?”라고 질문합니다. 실제로 마그네슘은 우리 몸에 필수적인 미네랄로, 부족할 경우 근육이 저리거나 떨리는 증상이 나타납니다. 특히, 눈 주변의 근육이 가장 먼저 반응하여 떨림 증상이 발생합니다. 이런 마그네슘 결핍 현상을 설명할 때, 저는 어릴 때 매년 새해 설날이 지나고 정월 대보름날 저녁 ‘밥 훔쳐먹는 날’이라는 전통을 떠올립니다. 정월 대보름날 저녁, 어린이들은 동네 여러 집을 돌며 밥을 훔쳐 먹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사실 밥을 훔쳐먹는 게 아니고 주인집은 부엌에 오곡밥과 여러 가지 나물 반찬을 가져가도록 놔두는 풍습입니다. 이는 넉넉하지 못해 영양 부족이 심했던 시절, 다양한 영양소를 섭취하도록 유도한 지혜로운 전통이었습니다. 마그네슘이 부족하면 근육 경련, 다리 저림, 눈 떨림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데, 특히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인들은 마그네슘을 더 많이 필요로 합니다. 또한, 혈압약이나 심장약을 복용하는 노년층은 이뇨제의 영향으로 마그네슘 흡수가 방해될 수 있어 주의가 더욱 필요합니다. 마그네슘 부족으로 인한 눈 밑 떨림은 목사혈에 침 치료를 하면 효과가 뛰어납니다. 또한, 귀 뒤의 완골혈(完骨穴)에 일주일 정도 뜸을 뜨면 더욱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오늘날 세계는 가자지구 전쟁, 우크라이나 전쟁, 관세 무역 전쟁 등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에 놓여 있지만, K-Pop, K-Food, K-Drama 등 대한민국의 문화적 역량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이에 더하여, 우리 조상들의 의료적 지혜가 담긴 K-메디컬처(MediCulture) 또한 세계적으로 조명받을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전통 한의학의 깊은 지혜와 실용성을 재조명하며, 이를 현대 의학과 접목해 더 나은 건강 문화로 발전시키는 것이 우리 한의사들의 사명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강병선 / 침뜸병원 원장혈자리로 보는 세상만사 다래끼 속눈썹 민속적 의료지혜 의료적 지혜 의료 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