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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자리로 보는 세상만사] 삶의 ‘단장의 고개’를 넘으려면

6월은 대한민국에서 호국보훈의 달입니다. 현충일과 6·25 전쟁일이 있는 이 시기, 우리는 조국을 지키기 위해 헌신한 이들의 숭고한 희생을 되새깁니다. 이맘때가 되면 문득 떠오르는 노래가 있습니다. 바로 ‘단장의 미아리고개’입니다.   “미아리 눈물고개, 님이 넘던 이별고개…”   어린 시절, 가사의 의미도 모른 채 어른들을 따라 흥얼거리던 이 노래는, 세월이 흐른 뒤에서야 그 절절한 슬픔이 가슴 깊이 와닿았습니다. 6·25 전쟁 당시 미아리고개를 넘어 북으로 끌려가는 남편을 향해 오열하는 아내. 그의 절규를 단 한 단어로 요약하면 ‘단장(斷腸)’입니다. 문자 그대로 ‘창자가 끊어진다’는 뜻의 이 표현은, 단순한 시적 수사가 아닙니다. 인간이 겪는 가장 극심한 고통, 그것도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고통을 형용할 때 쓰이는 말입니다.   이 표현은 불교 경전인 『부모은중경』에서도 확인됩니다. 자식을 잃은 부모의 마음은 도저히 이어질 수 없는 창자로 비유됩니다. 자식과 부모의 인연은 단순히 혈연을 넘어, 기와 정신의 깊은 연계 위에 놓여 있습니다. 그러니 그 인연이 끊기는 순간, 창자도 따라 끊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중국 진나라의 고사에도 ‘단장지통(斷腸之痛)’이라는 말이 등장합니다. 진나라 장수 환원이 청나라를 정벌하러 나서던 길, 부하가 새끼 원숭이 한 마리를 배에 태우자, 어미 원숭이는 삼협의 급류를 헤치고 100리(약 25마일)를 쫓아옵니다. 배에 올라 새끼를 품은 직후 숨을 거두었고, 그 시신을 해부해보니 창자가 마디마디 끊어져 있었습니다. 이처럼 창자란 생명과 감정의 축이기도 한 것입니다.   한의학적으로도 ‘단장’은 신체와 정서의 깊은 연계를 드러내는 핵심 개념입니다. 장(腸)은 단순한 소화기관이 아닙니다. 비위(脾胃)에서 생성된 진액과 기혈을 온몸에 공급하며, 심리적 자극과도 긴밀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칠정(七情) 즉 기쁨, 노여움, 근심, 슬픔, 두려움, 놀람, 생각은 오장육부의 기운과 상호작용하며, 특히 슬픔은 폐(肺)와 연결되고, 폐는 대장(大腸)과 표리 관계를 이룹니다. 그러므로 깊은 슬픔은 결국 장 기능에 영향을 미칩니다.   실제로 큰 상실이나 충격을 경험한 뒤 갑작스러운 복통, 설사, 혹은 변비를 호소하는 환자들을 임상에서 자주 만납니다. 이는 심리적 반응이 아니라, 장부 간 기운의 혼란에서 비롯된 질병 반응입니다. 옛 의서에도 “슬픔이 극에 달하면 장이 끓는다(悲極則腸鳴)”는 표현이 등장하는 이유입니다.   우리말 ‘애끓는다’는 표현 또한 눈여겨볼 만합니다. 여기서 ‘애’는 곱창의 ‘애’, 즉 소장의 옛말입니다. 애가 끓고, 애를 태운다는 말은 슬픔이 소장에까지 파고들어 그 기능에 변화를 일으킨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의학적으로 보면 이는 기체(氣滯), 장의 허한(虛寒), 혹은 기혈순환의 정체와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이처럼 장은 정서와 신체를 이어주는 중요한 통로이기에, 장 기능의 회복뿐만 아니라 정서적 안정까지 염두에 둔 치료를 함께 해야합니다.     그중 하나가 천추(天樞)혈입니다. 천추혈은 배꼽 좌우 2촌 지점에 위치한 대장경의 주요 혈자리로, 장 기능 조절에 효과적일 뿐 아니라, 복부 긴장과 통증, 정서적 위축으로 인한 복통에도 광범위하게 활용됩니다.     습관성 변비가 있는 노인이나, 장이 약해 잦은 설사를 하는 유아에게는 가정에서도 부드럽게 지압해주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위염, 장염, 생리불순 등에도 복부의 다른 혈자리와 병행하면 더욱 효과적입니다. 특히, 천추혈에 쑥뜸을 병행하면 기혈 순환이 활발해져 치료 효과가 배가됩니다.     살다 보면 누구나 ‘단장의 고개’를 마주할 때가 있습니다. 그 고개를 넘을 수 있도록, 몸과 마음의 균형을 지켜주는 한의학의 지혜가 여러분 곁에 함께 했으면 하는 호국의 달, 6월의 바램입니다. 강병선 / 침뜸병원 원장혈자리로 보는 세상만사 단장 고개 미아리 눈물고개 새끼 원숭이 슬픔 두려움

2025-06-10

[혈자리로 보는 세상만사] 어머니의 고황혈<膏肓>, 사랑의 온도

5월은 흔히 ‘가정의 달’이라 불리지만, 그 중심에 있는 날을 꼽으라면 단연 어머니날입니다. 해마다 돌아오는 이날은 우리의 가장 깊은 감정과 기억을 자극합니다. 이 시기마다 저는 『논어(論語)』 안연(顔淵)편의 한 구절을 떠올리곤 합니다.   ‘사랑하면 그가 살기를 바라고, 미워하면 죽기를 바란다(愛之欲其生, 惡之欲其死).’   공자는 이 말을 통해 인간 감정의 간사함, 그리고 애정이 증오로 뒤바뀌는 마음의 허약함을 경계하였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 말에서 앞 부분만을 떼어내어 곱씹고 싶습니다.   사랑하면, 그가 살기를 바란다고 합니다. 사랑이란 결국, 누군가가 잘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아닐까요. 저는 그 사랑의 가장 높은 형태가 ‘효(孝)’라고 믿습니다. 효는 단순히 부모를 공경하는 윤리적 행위가 아니라, 부모님께서 이 세상에 건강히 살아 계시기를 기원하는 간절한 정성입니다.   효(孝)라는 글자의 기원을 살펴보면 그 의미는 더욱 깊어집니다. 일반적으로는 ‘늙을 로(老)’와 ‘아들 자(子)’의 합자로 알려져 있지만, 어머니가 아이에게 젖을 먹이는 모습을 본뜬 상형문자에서 유래하였다고도 합니다. 생명을 잇는 행위 자체가 효이며, 그것은 곧 ‘살기를 바라는 사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진료실에서 자주 보는 장면이 있습니다. 진료를 기다리시는 어머님께서 조용히 휴대전화를 들어 전화를 거십니다. “어~ 에미냐? 잘 지내니? 그냥 한번 걸어봤다.”   그리 길지 않은 이 짧은 통화는,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깊은 마음을 담고 있는 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식의 일상에 방해가 될까 염려되어 “그냥”이라는 말을 덧붙이시는 것이지요. 그 안부는 결코 심심해서 걸린 전화가 아닙니다. “네가 괜찮은지만 확인하고 싶다”는, 말 없는 사랑이 그 안에 담겨 있습니다. 우리는 종종 이런 부모님의 마음을 당연하게 여깁니다. 그러나 그 마음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소리없이 전해지는 사랑이기에 더욱 묵직하고 따뜻합니다.     그 전화 한 통, “그냥 한번 걸어봤다”는 그 말 속에는 “그저 너는 걱정없이 잘 살아만 있어다오”라는 간절함이 스며 있는 것입니다.   어릴 적, 어버이날이면 학교에서 카네이션을 만들고, “나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로 시작하는 노래를 불렀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이 노래는 불교 경전 『부모은중경』의 구절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부모가 자식을 위해 감내하는 열 가지 은혜를 노래한 이 경전은 종교를 떠나 사람이라면 누구나 되새겨볼 만한 귀한 가르침입니다.     이즈음 저는 ‘고황(膏?)’이라는 혈자리를 떠올립니다. 고황혈은 등 뒤 견갑골 아래쪽, 방광경 위에 위치하며 목과 어깨, 등 주변의 근육들과 연관된 자리입니다. 근육의 긴장이나 만성적인 통증 치료에 자주 활용됩니다.   이 혈자리의 의미는 매우 특별합니다. 왜냐하면 이 자리는 누구나 스스로는 손이 닿지 않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누군가의 따뜻한 손길 없이는 닿을 수 없는 지점이 생긴다는 사실, 이 고황혈이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셈입니다. 그래서 고황은 단순한 치료점이 아니라, ‘타인의 정성과 관심이 꼭 필요한 곳’입니다.     어머니날 즈음, 멀리 계신 부모님께 “그냥 한번 걸어봤다”고 전화가 오시기 전에 먼저 전화 한 통 드려보시고, 가까이 계시다면 직접 찾아뵙고 고황혈 부위를 손으로 부드럽게 문질러 드려보시길 권합니다. 그리고 그때, 이렇게 말씀드려보시지요. “엄마, 폭삭 속았수다.” 제주도 사투리로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라는 뜻으로 요즘 넷플릭스에서 가장 인기있는 한국드라마 제목입니다. 평소에 차마 표현하지 못했던 감사와 사랑이, 이 말 한마디에 그동안의 소원했던 마음이 다 담길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어머니날, 그저 꽃 한 송이와 형식적인 선물로 지나치셨다면 이제라도 “사랑하면 그가 살기를 바란다(愛之欲其生)”는 마음을 행동으로 보여드리는 하루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어머니의 고황에 닿는 손끝이 곧 여러분의 사랑이고, 효(孝)입니다. 강병선 / 침뜸병원 원장혈자리로 보는 세상만사 어머니 사랑 윤리적 행위 불교 경전 견갑골 아래쪽

2025-05-12

[혈자리로 보는 세상만사] 다래끼 속눈썹에 담긴 선조의 지혜

목사혈이란 눈(目)과 넷(四)을 뜻하는 한자로, 눈 주위의 네 개의 혈자리인 승읍, 찬죽, 사죽공, 양백을 가리킵니다. 양쪽 눈을 포함하면 총 8개의 혈자리를 의미합니다. 전통 한의학에서 눈 건강과 관련하여 중요한 역할을 하는 혈자리입니다.   한국 전통의 의료적 지혜는 그 깊이와 실용성이 대단합니다. 예를 들어, 어린아이가 눈 다래끼가 나면 전통적으로 한 가지 흥미로운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다래끼가 난 속눈썹을 뽑아 집 근처 큰 길가의 주먹만 한 돌멩이 위에 올려놓고, 그 위에 작은 돌멩이를 하나 더 올려두었습니다. 그러면 지나가는 사람이 그 돌멩이를 모르고 발로 차면서 다래끼를 가져간다고 믿었습니다.     사실, 눈 다래끼는 ‘맥립종’이라는 안과 질환으로, 눈꺼풀의 분비샘에 생긴 염증입니다. 의료 접근이 어려웠던 시절, 염증이 생긴 부위의 속눈썹을 뽑으면 고름이 빠져나와 자연적으로 치료되는 효과가 있었으나, 어린아이들은 이를 무서워하여 피하려 했습니다. 이에 조상들은 아이들이 스스로 속눈썹을 뽑도록 유도하기 위해 이러한 민속적 의료지혜를 신화로 만들어 가르쳤던 것입니다.   어린 시절, 동네잔치가 열리면 남자아이들이 잔칫상의 모서리에 앉으려 할 때 어르신들이 “사내놈이 고추 떨어지려고 모서리에 앉느냐?”라고 꾸짖곤 하셨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는 단순한 꾸중이 아니라, 붐비는 잔칫날 자칫 부주의로 인해 아이들의 고환이 다칠 수 있음을 염려한 예방적 조치였습니다. 조상들의 이러한 생활 속 의료 지혜는 현대 의학적으로도 타당성이 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많은 환자분들이 “선생님, 눈 밑이 떨리는데 마그네슘이 부족한 건 아닐까요?”라고 질문합니다. 실제로 마그네슘은 우리 몸에 필수적인 미네랄로, 부족할 경우 근육이 저리거나 떨리는 증상이 나타납니다. 특히, 눈 주변의 근육이 가장 먼저 반응하여 떨림 증상이 발생합니다.     이런 마그네슘 결핍 현상을 설명할 때, 저는 어릴 때 매년 새해 설날이 지나고 정월 대보름날 저녁 ‘밥 훔쳐먹는 날’이라는 전통을 떠올립니다.   정월 대보름날 저녁, 어린이들은 동네 여러 집을 돌며 밥을 훔쳐 먹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사실 밥을 훔쳐먹는 게 아니고 주인집은 부엌에 오곡밥과 여러 가지 나물 반찬을 가져가도록 놔두는 풍습입니다. 이는 넉넉하지 못해 영양 부족이 심했던 시절, 다양한 영양소를 섭취하도록 유도한 지혜로운 전통이었습니다.     마그네슘이 부족하면 근육 경련, 다리 저림, 눈 떨림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데, 특히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인들은 마그네슘을 더 많이 필요로 합니다. 또한, 혈압약이나 심장약을 복용하는 노년층은 이뇨제의 영향으로 마그네슘 흡수가 방해될 수 있어 주의가 더욱 필요합니다.   마그네슘 부족으로 인한 눈 밑 떨림은 목사혈에 침 치료를 하면 효과가 뛰어납니다. 또한, 귀 뒤의 완골혈(完骨穴)에 일주일 정도 뜸을 뜨면 더욱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오늘날 세계는 가자지구 전쟁, 우크라이나 전쟁, 관세 무역 전쟁 등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에 놓여 있지만, K-Pop, K-Food, K-Drama 등 대한민국의 문화적 역량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이에 더하여, 우리 조상들의 의료적 지혜가 담긴 K-메디컬처(MediCulture) 또한 세계적으로 조명받을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전통 한의학의 깊은 지혜와 실용성을 재조명하며, 이를 현대 의학과 접목해 더 나은 건강 문화로 발전시키는 것이 우리 한의사들의 사명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강병선 / 침뜸병원 원장혈자리로 보는 세상만사 다래끼 속눈썹 민속적 의료지혜 의료적 지혜 의료 지혜

2025-04-22

[혈자리로 보는 세상만사] 발바닥 용천혈과 삶의 흔적

한의학에서는 심장을 보조하는 기능을 가진 혈자리를 용천혈(湧泉穴)이라 부릅니다. 인체의 360개 혈자리 중 유일하게 발바닥에 위치한 혈자리로, 이름 그대로 ‘샘물이 솟아나는 곳’이라는 뜻을 지닙니다. 발바닥 앞쪽 2/3 지점의 중앙 움푹 들어간 곳에 있으며, 인체의 가장 위쪽인 머리 정수리의 백회혈(百會穴)과 정반대에 해당합니다.   용천혈은 한의학 임상에서 매우 중요한 혈자리로, 발바닥에 위치하고 있음에도 머리와 뇌의 질환 치료에 자주 활용됩니다. 하지만 자극이 매우 강해 의식이 없는 환자가 아닌 이상 침치료보다는 다른 자극요법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의학에서는 “시신도 용천혈에 침을 놓으면 침 놓은 한의사의 뺨을 때리고 다시 죽는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강한 반응을 보이는 곳이기도 합니다. 저희 침뜸병원에서는 특히 수족냉증 치료에 용천혈 뜸 치료를 자주 활용합니다.   한의학에서 진단 시 자주 사용하는 방법 중 망문문절(望聞問切)이라는 사진법(四診法)이 있습니다. 이는 ‘보고, 듣고, 묻고, 만진다’는 뜻으로, 환자의 상태를 종합적으로 살피는 과정입니다. 이를 통해 용천혈이 위치한 발바닥의 상태를 보고 환자의 성격을 유추하기도 합니다.   침뜸병원 옆에는 오랜 역사를 가진 자동차 정비소가 있습니다. 그곳의 정비소 사장님은 40년 동안 한 자리에서 자동차를 고쳐온 베테랑입니다. 사장님은 타이어의 마모 상태를 보면 운전 습관과 성향을 짐작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재미있는 이야기도 들려주셨습니다. 원래 타이어(Tire)의 정식 명칭은 ‘러버 휠(Rubber wheel)’인데, 어느 순간 ‘피곤하다(Tired)’라는 의미로 변화했다는 것입니다. 자동차 부품 중 가장 피곤한 것이 타이어이기 때문에 그런 명칭이 붙었다고 합니다.   운전자의 습관을 통해 성격을 유추할 수도 있습니다. 타이어를 급출발, 급가속, 급정지를 반복하는 운전자들은 대개 과격한 성향을 보이며, 그들의 차량 타이어는 심하게 닳아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이는 우리 몸도 마찬가지입니다. 잘못된 습관은 몸에 흔적을 남기고, 시간이 지나면서 병으로 나타납니다.   동의보감 내경편 기문(氣門)에는 ‘인지오지 유노위심(人之五志 惟怒爲甚)’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인간의 다섯 가지 감정 중에서도 분노가 가장 해롭다는 뜻입니다. 사회생활에서도 화를 내는 것이 도움이 되는 경우는 드문데, 건강에는 더욱 치명적입니다.   동의보감에서는 노즉기상(怒則氣上), 즉 화를 내면 생명기운과 혈액이 위로 쏠려 머리가 아프고, 눈이 충혈되며,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며, 심지어 뇌까지 손상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실제로 저희 병원에는 중풍 후유증으로 치료받는 환자들이 많은데, 진단해보면 상당수가 과도한 분노로 인해 뇌에 손상을 입은 경우가 많습니다.   ‘나는 지금까지 어떤 삶을 살아왔을까?’ ‘내 자동차의 타이어에는 어떤 흔적이 새겨져 있을까?’ ‘잘못된 습관이 내 몸에 남긴 흔적을 되돌릴 수 있을까?’ 우리는 가끔 자신을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람의 성격은 사소한 곳에서 드러나고, 쉽게 감춰지거나 즉흥적으로 바뀌지 않습니다. 본질은 쉽게 변하지 않으며, 언젠가는 예상치 못 한 순간에 나타납니다. 이처럼 잘못된 습관이 쌓이면 어느 순간 질병으로 드러나게 됩니다.   오늘 거울 대신 발바닥을 한 번 들여다보세요. 발뒤꿈치에 굳은살이 있는지, 새끼발가락 옆에 굳은살이 있는지, 발 전체의 상태는 어떤지 살펴보며, 나의 생활습관이 몸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랍니다. 특히, 정치를 하시는 분들이라면 더더욱 용천혈의 상태를 점검해보시면 좋을 듯합니다. 강병선 / 침뜸병원 원장혈자리로 보는 세상만사 발바닥 용천혈 발바닥 용천혈 발바닥 앞쪽 타이어이기 때문

2025-03-16

[혈자리로 보는 세상만사] 이누이트 막대기와 노궁혈의 교훈

손바닥 한가운데 혈자리를 침뜸의학에서는 ‘노궁혈(勞宮穴)’이라고 합니다.   노궁혈은 둘째와 셋째 손 허리뼈 사이 가로 손금 상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가볍게 주먹을 쥐었을 때 손바닥에 중지가 닿는 곳입니다. 심신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어 스트레스로 소화가 잘되지 않을 때나 분노가 치밀어 올라 손에 땀이 많이 나거나 손바닥이 뜨거운 즉, 심장의 허증과 실증에 쓰는 경혈자리입니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 ‘허심합도(虛心合道)’라는 말이 있습니다. 마음을 비워야 도(道)에 다가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도라는 것은 어렵고 난해한 이론이 아닙니다.지나친 감정의 폭은 오장의 균형을 깨뜨리며, 심하면 원래 상태를 회복하지 못할 정도의 파괴력을 지닌 아주 무서운 병의 원인입니다.     “잡념이 없어야 정신이 통일이 되며 기가 모인다”라는 옛 말씀을 잘 새겨야 합니다. 또 동의보감에 ‘희즉기완(憙則氣緩)’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기뻐하면 긴장되어 있는 내 몸의 기운이 풀려서 원활한 기혈의 순환을 돕는다는 뜻입니다.     마음이 즐거워 웃기도 하지만 또한 일단 웃으면 마음이 즐거워지기도 합니다. 습관적으로 하루에 한번은 박장대소하며 늘 입가에 미소를 짓게 되면 마음이 여유로워지고 내 몸과 오장육부가 부드럽고 유연해지니 생명의 본성은 부드러움이란 뜻입니다.   북극에 사는 에스키모 ‘이누이트’들은 분노를 현명하게 다스릴 줄 압니다. 그들은 화가 치밀어 오르면 하던 일을 멈추고 무작정 걷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양 손바닥 노궁혈에 무겁고 긴 막대기를 들고 분노의 감정이 스르르 가라앉을 때까지 걷습니다. 그리고 충분히 멀리 왔다 싶으면 그 자리에 한 손에 든 막대기 하나를 꽂아두고 온다고 합니다. 그래도 화가 안 풀리면 더 멀리 가서 또 다른 손의 무겁고 긴 막대기를 또 꽂고 온다고 합니다.     그들이 막대기를 두고 오는 이유가 있습니다. 미움, 원망, 서러움으로 얽히고 설킨 누군가에게 화상을 입힐지도 모르는 지나치게 뜨거운 감정을 그곳에 남겨두겠다는 의지입니다. 활활 타오르는 분노는 애당초 내 것이 아니라 내가 싫어하는 사람에게서 잠시 빌려온 것이라고 생각하는 지혜이기도 합니다. 분노가 본래 있던 곳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바람이자 빌려온 것이라면 빨리 보내줘야 한다는 생각이기도 합니다.   격한 감정이 날 망가트리지 않도록 마음속에 문을 하나 만들어 분노가 나가도록 하는 장치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는 “모든 것은 오직 마음이 지어낸다”는 불교의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가르침과도 일맥상통합니다.     마음을 안정시키는 노궁혈이 최근 한국에서 다시 회자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당시 TV토론에서 나왔을 때 손바닥에 ‘왕(王)’자를 썼던 곳이 노궁혈입니다. 이로 인해 정치권에 주술 논쟁이 이어졌습니다. ‘왕자 논란’은 지나치게 심각하게 받아들여진 측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윤 대통령이 동의보감의 ‘허심합도’와 ‘희즉기완’의 원리를 이해하고 적용했다면, 정치적 논란에 보다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한국 뿐만 아니라 양극으로 대치하는 미국 정치인들에게도 노궁혈에 자극이 필요합니다. 국민들에게 정치적 혼란보다 안정과 희망을 줄 수 있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감정을 다스리는 것은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 운영에도 필수적인 덕목이라는 점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강병선 / 침뜸병원 원장혈자리로 보는 세상만사 막대기 교훈 막대기 하나 손바닥 한가운데 윤석열 대통령

2025-02-17

[혈자리로 보는 세상만사] 인중(人中)과 구시화문 (口是禍門)

입(口)이란 무엇입니까? 입은 음식물이 들어가는 입구입니다.   입을 통해서 밥도 먹고 과일도 먹고 사람은 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고 생명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인간이 먹는 음식물이란 땅의 기운(地氣·지기)를 받고 자란 것들입니다. 이렇게 보면 입은 지기가 들어가는 곳입니다.   그러면 천기(天氣)가 들어가는 곳은 어디입니까? 바로 코(鼻)입니다. 사람은 코를 통해서 산소를 흡입합니다. 산소는 곧 천기인데 천기를 흡입하는 코와 지기를 섭취하는 입의 사이에 있는 부위가 바로 인중(人中)이라는 혈자리입니다.     인중은 ‘사람의 가운데’란 뜻인데 이 부위가 인중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천기와 지기의 중간이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이유는 인중 위쪽으로는 구멍이 2개씩입니다. 콧구멍도 2개, 눈도 2개, 귓구멍도 2개입니다. 그런데 인중 밑으로는 구멍이 한 개씩입니다. 입도 1개, 배꼽도 1개, ,항문도 1개, 요도(尿道)도 1개, 산도(産道)도 1개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구멍이 2개인 신체기관은 많이 쓰라는 뜻입니다. 냄새도 잘 맡아보고 열심히 잘 살펴보고 잘 귀담아 들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반면 1개인 신체기관은 아껴 쓰고 조심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대표적으로 말은 잘못하면 재앙이 들어오게 합니다. 그래서 ‘구시화문(口是禍門) 구시복문(口是福門)’이라는 사자성어가 나왔습니다. 입은 잘못 쓰면 화를, 잘 쓰면 복을 불러들인다는 말입니다.   이 사자성어는 전당서(全唐書) 설시편(舌詩篇)에 나오는 한 구절에서 비롯됐습니다.   당나라가 망한 뒤 후당(後唐)때 입신하여 재상을 지낸 풍도(馮道)라는 정치가가 있었습니다. 그는 ‘오조팔성십일군(五朝八姓十一君)’을 섬긴 것으로 유명합니다. 다섯 왕조에 걸쳐, 여덟 개의 성을 가진, 열한 명의 임금을 섬겼다는 말이니 그야말로 처세에 능한 달인이었습니다.   풍도가 남긴 처세관은 이렇습니다. ‘입은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이요, 혀는 몸을 자르는 칼이로다. 입을 닫고 혀를 깊이 감추면 가는 곳 마다 몸이 편안하리라.(口是禍之門, 舌是斬身刀. 閉口深藏舌, 安身處處宇)’   경북 예천군 지보면 대죽리 한대마을 앞에는 말무덤이란 게 있습니다. 말(馬)이 아닌 말(言)을 묻은 무덤입니다. 이른바 언총(言塚)입니다.   전설은 이렇습니다. 옛날부터 이 마을에는 여러 성씨가 살았는데 각 문중간의 싸움이 그칠 날이 없었다고 합니다. 사소한 말 한마디가 씨앗이 돼 큰 싸움으로 번지는 일이 잦아지자 마을 어른들은 원인과 처방을 찾기에 골몰했습니다.     어느 날 풍수가가 이 마을을 지나다가 산의 형세를 보고는 한 마디를 던지면서 처방을 내렸다고 합니다.     “좌청룡은 곧게 뻗어 개의 아래턱 모습이고 우백호는 구부러져 위턱의 형세라 개가 짖어대는 형상, 즉 마을이 항상 시끄러운 지세이니 개 주둥이 송곳니 모양인 논 한가운데에는 바위 세 개를 세우고 앞니 모양이 위치한 밭 가운데에는 개가 짖지 못하도록 재갈 바위 두 개를 세우라.”     그리고는 “해마다 새해 정월에는 모든 마을 사람들이 사발 하나씩을 가져와 나쁜 말이나 싸움의 발단이 될 말을 뱉어 사발에 담아 마을 입구 ‘개주둥산’에 구덩이를 파고 묻으라”는 추가 처방도 내렸다고 합니다.     마을 사람들이 그해부터 풍수가의 처방대로 따르니 마을에서 모든 말싸움, 뒷담화가 사라지고 마을이 평온해 져서 지금까지 이웃 간에 두터운 정이 계속되고 있다고 합니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입니다. 언론 뿐만 아니라 각종 SNS로 언어가 홍수처럼 쏟아집니다. 필요없는 말들이 필요없는 때에 필요없이 솟아납니다. 백마디 말보다 침묵이 더 강력할 수 있는 시기가 아닐까요.   2025년 푸른 뱀의 해인 청사년 새해 ‘인중(人中)’과 ‘구시화문(口是禍門)’의 함의를 떠올려 보시면 어떨까 합니다. 강병선 / 강병선 침뜸병원장혈자리로 보는 세상만사 인중 인중 위쪽 마을 입구 마을 어른들

2025-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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